맨해튼식 방과후 자녀 교육, Real learning for real life.
- Young Choi
- Jul 21, 2021
- 4 min read
Updated: Aug 16, 2021
“진정한 교육이란 아이의 고유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맨해튼에서 취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수년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의 공교육은 그 당위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뼛속까지 경험했기에 현재 자녀들에게는 학교 수업과 상관없는 특수한 교육을 따로 시키고 있다는 엄마, 한미정 씨. 그녀의 조금은 특별한 자녀 교육 이야기를 풀어본다.

Photo by Mi Jeong Park
한미정 씨는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얻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삶의 터를 옮겨와 어리둥절하던 사이에 아이 엄마가 되었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듯 첫 아이는 엄마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시니컬한 문구처럼 그녀에게도 육아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아이와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큰아이 송이는 키울수록 별난 아이였다. 두드러진 자기표현 없이 늘 조용하면서도 누구도 말릴 수 없을 만큼 고집이 있고,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엄격한 규율 안에서 행동하는 아이였다. 송이가 유아원에 진학할 무렵 미정 씨는 몬테소리 교육에 매료되어 있었던 터라 아이를 몬테소리 방식으로 교육하는 유아원에 입학을 시켰다.
오랫동안 학원가에서 교육에 몸담아 왔던 그녀지만, 사교육이나 공교육 시스템에 적지 않은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나마 몬테소리 교육방식만큼은 큰 거부감이 없었기에 달리 고민 없이 아이를 입학시켰다. 아이가 첫 등교를 하고 6개월이 다 되도록 아이는 클래스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사실을 6개월이 지나도록 알지 못했다.
유아원 내 그 어떤 선생님도 아이가 유아원에서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송이의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같은 반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알게 되었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려고 다가갔더니 친구가 “Songyee never talks”라고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이었다.
어린 친구가 장난처럼 던진 말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교사 미팅을 신청했고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을 진행했다. 비록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유아원 선생님들은 송이의 태도를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것과 송이의 성격을 세세히 파악하고 아이 스스로가 교육에 참여하도록 기다려 주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사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무척 서운하고 화가 날 일이지만, 아이가 6개월이 넘도록 클래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그것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것이 바로 미국 교육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그때 알게 되었다.
아이란 다양한 성향을 가졌고 아이마다 교육을 받아들이는 속도,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방식으로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큰아이가 다닌 유아원의 교육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는 점차 유아원에 익숙해져 갔고 그렇게 1년의 과정을 잘 마친 뒤 킨더가든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미국 교육이 한국의 엄격한 규율을 바탕으로 한 획일화된 교육과는 다르다는 것을 처음 체험하게 되었다.
6년 뒤 둘째 아이 ‘영(Young)’이 태어났다. 영은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다. 21세기에 맞게 유튜브와 함께 크는 전형적인 요즘 아이이자 송이와는 다르게 외향적이고 활달하며 창의적이고 흥이 많은 아이다. 송이를 위해 엄마가 나름대로 연구하고 채택했던 교육 방식을 완전히 폐기해야 할 정도로 두 아이는 여러모로 달랐다.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교우 관계도 좋은 편이었으며, 고집이 없고 달래고 타이르면 곧잘 말을 듣는 아이였다.
엄마가 비즈니스에 바빴던 탓에 어릴 적부터 베이비시터 손에서 자랐지만, 그 베이비시터 아줌마와는 지금까지도 친구처럼 교감하며 지내는 아이다. 모든 면에서 유연한 이아였지만, 불행히도 학교 교과 과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미국 공교육의 목표는 무모할 정도로 단순하다. 학교에서 가장 열등한 학생들이 졸업 후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교육해내는 것이 목표다. 달리 말하면, 우등한 학생은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알아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 나름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개별 교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았다. 송이와 영, 두 아이가 가진 개개인의 특징을 고려한 교육이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끼며 수용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특히 그녀는 학원가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아카데믹한 교육 방식, 학력 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로부터 아이들을 좀 놓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홈스쿨링을 계획했지만, 아이들의 사회화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교육하는 전문 교사를 찾는 일이었다. 아카데믹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교육을 통해 지식의 폭을 넓히고, 아이 속에 내재된 창의력을 끄집어내어 줄 수 있는 교사를 원했다. 마침 그런 분야에서 오랫동안 교육을 하고 계신 선생님을 만났다. 평생을 교육에 몸담아 왔고, 교육 컨설팅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개별적, 혹은 그룹으로 지도하는 전문 교육자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가치관 형성과 인성을 바로 세워주는 데 주력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학기 중에는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하고, 방학 중에는 기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이 교육은 아이 스스로가 직접 참여하여 체득하는 것에 초점을 둔 교육 방식이다.
현재는 5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데, 프로그램으로는 뮤지엄을 방문해 전시된 작품에 대해 서로의 분석과 느낌을 나누는 디베이트 시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에 대해 몸소 체험하는 자연학습 시간, 그리고 사회봉사 단체의 활동을 견학하고 내가 이다음에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회 참여 시간 등 그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교사와 함께 살펴보며 스스로 분석하고 진단하는 1:1 리뷰 시간을 갖는다. 현재 2년 가까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두 아이는 한 번도 수업에 빠진 적이 없으며 항상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정 씨의 자녀 교육의 특징은 아카데믹한 분량을 가능한 한 줄이고, 경험과 체득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게 하는 것이다. 현재 두 아이가 출석하고 있는 맨해튼의 Robert F Wagner Middle School과 Yorkville Community School은 공립학교로 이곳을 통해 일반 교과 과목을 배우고 방과 후에는 학원이나 학업을 위한 투터 등의 아카데믹한 교육은 일절 받지 않으며, 대신 교육 전문가와 함께하는 특별 프로그램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현재 2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그 교육 프로그램의 특이점 하나를 꼽는다면 인터넷이나 퍼블릭에 소개된 적이 없는 프로그램으로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개별 인터뷰를 통해 코스를 신청할 수 있어서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자녀 교육에 까다로운 미정씨가 대단히 만족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2년 가까이 지속하는 것을 보고 이러한 교육을 확대하는 전문 대안학교를 뉴욕, 뉴저지 중심의 미 동부지역에 설립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도 희망과 비전을 보게 한다는 말로 그녀는 자신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공교육이 가르치지 않는 것을 가르치며, 지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삶 자체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참 교육, 즉 Real Learning for real life의 혜택을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기를, 또 한미정씨가 그것을 실현해 주기를 기대한다.
Profile / 한 미정
두 아이(13살, 7살)의 엄마
Amway Networking Business 10년째 운영
YouTube Cooking Class ‘t_h_e_b_o_p mijung han’ 7년째 운영
2021년 eBook Recipe 발행(Thebopunnie.com)
고 송이(Songyee Ko, 13-year-old) Robert F Wagner Middle School 재학 중
고 영(Young Ko, 7-year-old) Yorkville Community School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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