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Column : 뉴욕, 여름 밤, 루프탑의 추억
- Daniel M
- Aug 14, 2021
- 3 min read
Updated: Aug 16, 2021
한 여름밤 뉴욕의 루프탑만큼 쿨하고 핫한 곳이 또 있을까.
일주일을 노래하기 위해 7년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사는 매미처럼 길고도 지루한 뉴욕의 겨울을 견뎌낸 뉴요커들에게 한여름밤 루프탑은 그간 꽁꽁 싸매두었던 정열과 젊음을 불사르기 위한 필수불가피한 장소일 것이다. 세상 화려한 인테리어와 조명, 달과 별들이 반짝이는 밤 하늘을 천장삼아 빽빽한 고층 빌딩들이 연출하는 숨막히는 도시뷰,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멋진 남녀들이 뿜어내는 섹슈얼한 에너지와 이곳 저곳에서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뜰뜬 웃음소리.
이 여름, 뉴욕, 이 멋진 루프탑 바에 속해 있다는 흥분과 열기는 마치 내일은 없으니 오늘밤이 마지막인 듯 끝없이 마시고_ 이 도시를 즐기고_ 너의 젊음을 목이 터질 때까지 노래하다_ 장렬히 전사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Rooftop bar & One night stand
화려한 도시, 여름 밤 루프탑 라운지의 열기는 곧잘 얼굴 달아오르는 야한 사건으로 이어지기 쉽다. 내 친구 J는 루프탑을 종합선물세트로 비유하는데 국가, 인종, 직업 등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남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잡지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구찌 스타일의 프렌치 투자가부터 두꺼운 금목걸이에 짙은 네이비 컬러 정장 핏이 죽여주던 아프리칸 아메리칸 뮤지션까지, 그렇다고 J가 속된말로 쉬운 여자는 아니다. 다만 좀 적극적인 여자랄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소셜 능력이 탁월한지 점검하기 위해 밤나들이에 나선다.
J에게는 루프탑 라운지 법칙이 있는데, 첫째, 음료는 예쁜 칵테일로 시킬 것. 루프탑에서까지 맥주 들이키는 여자는 매력이 없다. 더구나 맥주 마시는 여자에겐 맥주 마시는 남자만 꼬이는데 루프탑까지 와서 맥주 마시는 남자는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둘째, 절대 우루루 뭉쳐 있지 말 것. 친구들과 같이 갔어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무리에서 빠져나와 혼자 어슬렁거리는 시간을 갖는다던가, 뉴욕 전경을 배경삼아 셀카라도 찍는다던지 하면서 남자가 다가올 기회를 준다는 것. 셋째, 의상은 바람에 솔솔 날리는 시스루를 선택할 것. 대놓고 짧거나 푹푹 파인 옷보다 바람결에 살짝 날리는 드레스는 섹시하면서도 우아하다나 어쩐다나.
뭐 꼭 남자를 꼬시러 나가는 건 아니지만 싱글 여자에게 남자가 또 좀 꼬이면 어떠랴. 어차피 일주일 뒤면 저 나무 아래로 떨어질 운명, 한여름밤 노래할 수 있을 때 남들이 귀가 따갑건 말건 좀 질러주는 것 역시 그 나름의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일 테다.
Manhattan Arabian nights
나의 루프탑 첫 경험(?)은 뉴욕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보았을 230 fifth였다. 건너 건너 한번 더 건너 알던 브라질리안 게이친구의 생일파티였는데 술도, 춤도 당기지 않아 혼자 루프탑으로 올라갔더랬다. 바로 코앞에 놓여있는 듯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넋을 놓고 있는데 한 브라운 피부의 남자가 다가왔다. 깔끔한 수트, 깊은 눈동자 + 센스 오브 유머.
빨간 등을 켠 엠파이어 빌딩을 사이에 두고 한잔 두잔 와인을 나눠 마시다 그의 손에 이끌려 조용한 바로 자리를 옮겼다. 한병 두병 와인을 끝내며 새벽을 맞았고 우리는 다음 날을 기약했다.
반신반의로 나간 다음날 약속장소에 그는 노란색 바이크와 함께 나타났다. 바람을 가르며 도시를 달리는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근사했다. 서쪽으로 붉은 석양이 내려앉을 무렵 우리는 어느덧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고 있었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르던 아라비안 공주가 된 듯한 환상에 빠졌다. 어쩌면 환상이 아닐지도 모르지. 이세상에 동화가 여전히 현실과 맞닿아 있는 곳이 있다면 뉴욕일테고, 그 동화는 아마도 여름밤 루프탑에서 시작되지 싶다. 그녀의 아라비안나이트가 죽지 않기 위한 천일야화였다면 그날 나의 아라비안나이트는 ‘오늘 밤 죽어도 좋을’ 원나잇스탠드라 하겠다.

New York, Summer night and...
35년 인생에 ‘내가 만난 잘생긴 남자 리스트’에 단연 일등으로 확고부동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남자를 만난 곳도 미드타운 웨스트에 있는 스카이라는 루프탑 라운지였다. 이탈리아에서 비지니스차 뉴욕을 방문 중이던 이 남자는 국가대표 스키선수 출신으로 당시에는 알마니의 스키복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조각’같은 외모라는 말이 이 남자를 두고 한말이구나 싶었다. 큰 키와 완벽하게 균형잡인 몸매, 돌체앤가바나 뺨치는 이탈리안 특유의 패션센스, 금갈색 머리와 까슬한 면도자국, 안그래도 잘생긴 얼굴에 사람 녹이는 장난끼 어린 눈웃음까지.
‘오마이갓’ 내 인생에 이런 남자와도 만나보는구나 하나님께 감사했다. 웃고 마시고 춤추고 이야기 나누는 사이 스킨십은 자연스러웠고 달콤한 키스는 30년간 밀린 생일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뉴욕이 좋은 건 세상 곳곳에 멋진 남자들이 알아서 끊임없이 날아온다는 것과 그들과의 만남이 영화같이 포장되어 기억된다는 점 아닐까 싶다.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은 지금도 내 노트북 깊숙이 보관되어 있다. 그 남자가 그립다거나 이후 만남이 이어지지 않음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내가 꿈꾼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함. 한번씩 인생이 못마땅할 때 5개 폴더에 싸여있는 사진을 꺼내보며 혼자 웃곤 한다. ‘그래,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지. 20XX년 그 8월의 여름 밤, 나는 예뻤고 뉴욕은 아름다웠지, 루프탑 라운지에서 운명같이 만난 조각 같은 이 남자의 촉감은 대리석과도 같았고 그의 숨결은 짙은 애플 마티니 맛이 났지..

Our Night is brighter than your Day
다시 여름,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벗어나 휴가를 떠난다.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뉴욕을 떠날 수 있는지. 뉴욕이 천국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돈과 성공, 쾌락을 그 어디 보다 격렬히 추구하는 타락한 현대도시의 표상에 가깝겠다. 그러나 여전히 이 뉴욕이, 한 여름 밤 루프탑의 행위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결국 잘나나 못나나 사람들이 찾는 것은 그들과 함께 할 사람들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가 가진 매력을 뽐내서 사랑받고 또 사랑하길 원하는 근원적인 욕구가 감출 길 없이 표출되는 곳, 그래서 여름 밤 뉴욕의 루프탑은 아름답다. 여름이 한번 지날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또 다른 많은 추억들이 만들어 질테다. 모두 그들의 기억 속 ‘20XX년 8월 폴더’ 깊숙이 간직할, 아름다운 밤 추억을 만들기를…XOXO!
230 Fifth Rooftop
Address : 230 fifth avenue, New York, NY 10001
Website : www.230-fifth.com
Castel Rooftop Lounge
260 West 40th Street, New York, NY 10018
Website : www.castellnyc.com
Press Lounge Rooftop Bar
Address : 653 11th Ave 16th Floor. New York, NY 10036
Website : www.thepresslounge.com
Sky Room NYC
Address : 330 West 40th St. New York, NY 10018
Website : www.skyroom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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